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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수웠던 날들

[공연] 재즈 피아니스트 한지연 (@EBS스페이스 공감)

by 살랑상아님 2012. 10. 12.



"일치와 동행의 소통과 더불어 불일치와 우연성의 아름다움은 

모든 예술을 가능하게 만든다. 나는 그 우연성의 소통을 재생산하고 싶었다. 

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 한지연 2집 소개글 중


공연일시 : 2012년 10월 11일(목)

방송 예정일 : 2012년 11월~12월 중 EBS TV 밤 12:35

출연 : 한지연(피아노), 이순용(베이스), 신동진(드럼)



어쩐지 올해들어 첫 재즈 공연에 다녀온 듯하다. 

그동안 정말 삭막했다며 혼자 생각하다보니 재즈보다는 다른 공연을 갔구나 싶기도 하고 

유러피안재즈트리오 공연에 가려다가 자라섬에 가려면 공수를 아껴야한다고 인색하게 군게 못내 아쉽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루 종일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재즈는 마음 속에 보글보글 둥실둥실 바람을 넣는다.

재즈만큼 살랑살랑 헛바람을 넣어 나를 신나게 하는 음악도 없지 싶다. 


회사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매봉역으로 갔다. 도곡동에서 일할 때는 왜 이런걸 몰랐나 싶어, 피식하고 웃었다. 

늦게 도착한 탓에 공연 티켓이, 지정석도 없는 전날 공연 티켓이다. 



역시나 늦게 온 탓에 프로그램 가이드도 받지 못했다. 

혼자란 역시 편하게도 커플 옆에 앉아 즐겁게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좋은 일이겠지?ㅋㅋ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이 흘러나오던 무대에 곡이 멎고 조명이 켜졌다. 

이것은!! 마치 지난 여름 해이리 예술마을에 출사가서 우연히 들어가게 된 컨테이너 박스의 별들과도 같았다!

못 구멍이 숭숭 뚫린 컨테이너 박스 안은 찬란한 햇빛이 그 틈으로 들어와 대낮의 은하수를 만들었다니까 !

(비록 사진에 그 느낌을 그 아름다움을 다 담아내진 못했으나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만)


공연 시작 전에 한사람씩 한 도화지에 한 번씩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를 했었나보다.

관객들이 그린 그림 두 점을 양쪽에 배열하였는데, 그 또한 그 또한 자유롭고 즉흥적인 느낌이 공연의 타이틀과 잘 어울렸달까 


- PROGRAM - 


Improvisation - Countdown

Blue in green 

Lament for the fallen

Study 34

Subtle bitterness + Shaolinish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

Delusion

앵콜곡 : Danny boy 



Improvisation - Countdown

첫곡의 시작, 피아노 솔로

즉흥적이고 불편할 수 있는 연주일 수 있다고 피디분께서 설명해 주셨는데 

아마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이 피아노 솔로이지 않을까 싶다. 

나열되는 음계의 낯선 느낌은 몽환적인 무대 분위기와 한데 어우러져 즐거움을 자아냈다. (물론 난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하지만 역시 나는 음악에 있어 문외한인지라 듣고 나서 반짝하고 달아나는 음들을 잡아 놓지를 못했다. 

그저 관객들이 그렸다는 그 그림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한지연님의 연기를 사뭇진지하게 관람했을 뿐이다. 


Blue in green 

다음 곡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블루인그린, 마일즈 데이비스 앨범이라고는 Kind of blue 밖에 없지만 왠지 친숙하고 흥겨워 덩실거렸다.

후에 한지연님이 방금 연주한 곡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블루인그린 이었습니다. 라고해서 아, 그렇구나! 했다. 


Lament for the fallen

아, 이곡 대단했다. 물론 설명을 듣고 들었기에 더욱 더 와닿았던 것이리라. 

한지연씨가 제안을 받아 직접 쓴 곡이라고 한다. 

바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음악을 써보는게 어떻겠냐고, 그리고 당신의 친구 역시 고등학생일 적 그렇게 잃었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곡을 연주하는 한지연님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진정성이 느껴졌달까a 

무겁게 깔리는 그 뭐시나 왼손으로 반복적으로 치는 그것과, 오른손으로 말을 거는 것도 같고 도망을 치는 것도 같은 연주의 반복 

차가운 색의 무대 조명과 얽힌듯 올가미를 연상 시키는 빨간색 조명,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 


Study 34

재즈트리오~ 드럼연주 소리가 참 좋다. 파리채로 막 치는거 같은데 귀엽고 흥겨운 소리가 난다. 크크 늘 신기하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 재밌는 곡, 신나는 곡, 나도 모르게 들썩들썩, 

가끔 공연장에 가면 미동도 없이 끝까지 계신 분들을 보면 그렇게 신기하다. 

마음 속으로는 벌써 저 멀리까지 뛰쳐나가 흔들거리고 계신거지요?


Subtle bitterness + Shaolinish 

두 곡을 연달아 연주했는데 나는 Shaolinish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둘다 신났지만 역시 마지막에 들어서 기억이 잘 나는 걸까 

연주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즐거워보인다. 

그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내 눈을, 그 즐거움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내 귀를 

덩달아 흥겹게 만들어 준다. 이래서 공연장을 찾는 거겠지!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

Delusion

두 곡다 정말정말 좋았는데 음악을 붙들고 있을 능력이 제겐 없네요, ㅠㅠ


그리고 앵콜곡은 내가 좋아하는 

Danny boy 

나의 이나영언니가 주연으로 나온 MBC드라마 "아일랜드" OST 피리소리 휘파람소리가 참 좋다.

진짜 아일랜드 민요!

에디히긴스의 대니보이도 좋다, 대니보이는 다 좋다 ㅋㅋ (연주곡을 더 좋아하지만)

차분하게 분위기를 가라앉혀주고 가신다며 연주해 주셨다'ㅡ '

자주 듣는 곡이 나오니 친근해서 또 좋다, 어떤 곡인지 아니까 연주하시는 분의 색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달까 



정말 차분하게 나와서 프로그램가이드에 대한 집착으로,

앨범을 사러가려다가 프로그램가이드를 받겠다고 왠지 버리고 갈 것만 같은 귀여운 남학생들을 따라가서 "저기요, 버릴거면..." 이라며 가이드를 득템하고 집에 와버렸다. 



클래식을 전공하고 록을 연주하다가 재즈에 정착했다는 한지연님 

자유롭게 아름다운 연주, 우연성의 아름다움, 딱 그런 공연 'ㅡ' bb



좀 유명한 인디밴드 공연은 당첨되기 힘들다 ㅋㅋ 안냥바다; - :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하루 앞두고 

역시 재즈콘서트는 뭔가 좀 짧다며, 삼일 내내 재즈 속에 빠져버릴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좋은 공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공연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