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긴ㅡ 터널을 홀로 걷고 있다.
그저 정직하게
그저 가야하는 방향으로
가끔 한눈을 팔고
엉뚱할 길로 빠져버리기도 하지만
궤도를 벗어나지는 않은 채로
내가 가야하는 곳을 알고 있기에
길을 잃지 않는다.
천천히 ㅡ 조금은 빠르게 ㅡ 가끔은 헤매더라도
아무도 곁을 스쳐지나가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터널을
나와 같이 평행으로 걷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두룰 이유도 시각을 확인할 이유도 없이
나는 그저 나와 함께 걷고 또 걷는다.
때로는 갑자기 미소가 지어진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나라는 게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