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영혼이 따수웠던 날들

고사리 다듬는 소리

by 살랑상아님 2012. 4. 27.

뚜욱 뚜욱


고사리 다듬는 소리 


이모와 조카는 말이 없다.






다 늦은 밤, 

이모는 


말도없이 찾아와 능청을 부리고 있는 

조카를 


가까이로 부른다.



"미쯔리, 이리 좀 와바, 고사리 다듬자."


"아, 졸린거 같아요, 자야겠는데..."


어기적어기적 맞은 편에 앉자, 줄곧 옆에 계시던 이모부는 고사리가 다듬을게 뭐가 있냐며 핀잔이시다.



"고사리는 끝에 질긴 부분을 잡고 당기면 그냥 뚝하고 끊어져. 질긴 부분을 어떻게 먹냐."


하시며 한마디 덧붙이신다.


"이게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뜯어 놓고 먹지도 못하고 간 고사리야. 이거 하나하나 뜯는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모와 조카는 말이 없다.


고사리 다듬는 소리


뚜욱 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