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은 날 : 20120612
동화책이 동화책일거 같아?
끝없는 이야기에는 어른이 되면서 아이가 잃는 그 모든 것들이 담겨져있고
어른들은 다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야한다.
그러니까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며 이 연사 강력히 외칩니다.
그런데 미하엘 엔데의 동화책에 담긴 삶에 대한 철학은 굉장하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망각의 정원인데, 미완성유고작이라고 하는데도
어쩜 그렇게 대단하지?
모모"로 유명한 작가라는데 아직 그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끝없는 이야기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들의 어리석은 욕망과 그 욕망에 의해 반복된 굴레에 갇힌 어리석은 인간들
또한
외적인 부분에 의해 위축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과
삶의 연속과 반복 속에서 목적을 잃은 채, 의미도 없이 움직이는 사람과 (목적전도랄까a)
사실은 잃지 말았어야할, 잊지 말았어야하는 것들을 되찾기란 녹록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찾았을 때에야 비로서 온전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사실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는 서로를 바라보고 감싸 안아주고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 왜 나는 나여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러니 제발 그 바보같은 자기계발서를 내려놓고 동화책을 봤으면 좋겠다.
정렬에 빠진 사람은 그것을 설명할 수가 없고, 이를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정열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나의 정상 위에 서기 위하여 자기의 인생을 내거는 인간들이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심지어 그렇게 인생을 내거는 사람까지도, 왜 그런지는 진정 설명할 수 없으리라. 또 어떤 이들은 자기에게 무관심한 어느 사람의 마음을 끌기 위하여 스스로를 망친다. (중략) 쉽게 말해, 각양각색의 인간이 있듯이 너무나 여러 가지 형태의 정렬이 있는 것이다.
- 19
"이것 봐." 모를라가 그릉거렸다.
"우리는 나이가 들었어. 꼬마야, 너무나 나이가 들었다. 충분히 오래 살았어. 많은 것을 싫도록 보았어.
우리만큼 많은 걸 알게 되면, 아무것도 중요한 게 없어져. 모든 것은 영원히 되풀이 되는 거야.
낮과 밤, 여름과 겨울, 세계는 텅 빈 것이고 무의미한 것이야. 모든 것이 순환하는 거야.
모든 것이 상쇄되어 없어지는 거야.
선과 악, 어리석은 것과 현명한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모든 것은 공허한 거야. 아무것도 실재하는 것은 없어.
아무것도 중요한 것은 없어."
- 77
"모두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너도 알아야 한다는 거야."하고 난장이가 대답했다.
"그들이 결정하는 대로 기다리는 것, 그 이유도 모르는 채로."
- 114
어쨌든 그 앞에 서면, 자기 자신을 보게 돼. 하지만 보통 거울 속에서 보는 것과는 다를 게 당연하지. 자기의 겉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있는 상태 그대로의 자기의 참된 내부의 본질을 보는 거야. 그 문을 통과하려는 자는 - 그렇게 표현해 본다면 - 자기 자신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구."
- 116
이상스러운 사실은 그것이 점점 반복될수록 그 끔찍한 광경에 대한 공포감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무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난 장소들이 점점 적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늘어남에 따라, 푸쿠르와 아트레유도 점점 거기에 익숙해졌다. 다시 말해 일종의 무관심이 그들을 지배하게 된 것이었다. 이윽고 그들은 그것에 대해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 148
그들은 방금 일어난 일 따위는 벌써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그들은 다른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분명한 힘만을 믿기 때문이었다.
- 164
"그 곳에는 또한 한 무더기의 저능아들이 있단다. - 그들 자신이야말로 아주 똑똑하다고 진실하다고 믿고 있는 - 그들은 오로지,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까지도 환상을 막으려고 잔뜩 열을 내고 있어. 어쩌면 너는 바로 그런 저능아들에게 유용할지 모르지."
- 178
"터무니없는 이야기 가운데에 실재하는 것이 얼마나 많이 있는줄 아무도 몰라."하고 여왕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 211
"모든 알은," 하고 여왕은 대답했다. "새로운 생명의 시작입니다."
"그렇지."하고 노인은 기록으로 대답했다. "다만 그 껍질이 깨어질 때에 그렇지."
- 225
사람들은 그 소망이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 한에서만 - 몇 년씩이라도 - 자신이 소망하는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음을. 하지만 갑자기 그 소망이 현실로 이룩될 가능성 앞에 서게 되면 우리는 차라리 그것을 소망하지 말 것을, 하는 또 다른 소망을 갖게 된다는 것을.
- 231
"너는 왜 나를 그토록 오래 기다리게 했니?"
(중략)
바스티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왜냐하면……" 하고 소년은 당황해서 말문을 열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어. 한편 무섭기도 했고……, 그렇지만 실제로 나는 너를 대하기가 부끄러웠었어, 어린 달님."
여왕은 손을 거두어 들이고 어리둥절해서 소년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웠다고? 대체 무슨 이유로?"
"음, 저 말이야," 바스티안은 더듬거렸다.
"네가 분명코 너에게 어울리는 누구인가를 기다린다고 생각했어."
- 240
네가 뜻하는 바를 행하라
내가 어린아이였을 적에는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신나했었지……
- 325
이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점차 자기 자신에게까지 일상적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 모든 것에 자기가 지금껏 깨닫지 못했던 어떤 비밀이 들어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어쩌면 아트레유가 귀 기울여 들어주는 방식에 있는지도 몰랐다.
- 330
"바로 속이 텅 비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저의 뜻에 복종하는 겁니다. 속이 비어 있는 모든 것을 저는 뜻대로 조종할 수가 있지요."
- 385
"당신이 현명한 한은 아무도. 위험은 당신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 391
바스티안은 이 도시의 주민들을 보았다. 남자, 여자, 어린아이들을. 체격으로 보면 그들은 보통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걸친 옷으로 미루어 보면 모조리 바보가 되어 버렸거나, 물건의 사용 용도를 아예 구별 못하는 것 같았다. 머리에다가 전등갓, 모래양동이, 국자, 쓰레기통, 종이봉지 또는 상자를 쓰고 있는가 하면 몸뚱이에는 식탁보, 양탄자, 또는 커다란 은종이나 심지어 커다란 통까지 두르고 있었다.
- 432
저들은 그때 모습 그대로 그냥 머물러 있는 거야.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그들 자신이 스스로를 변하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
- 436
벌써 꽤나 오랜 날을 고독하게 방황하다 보니 소년에게는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고 싶은, 단체 속에 수용되고 싶은 소망이 생겨났다. 그렇다고 대장이나 승리자 혹은 도대체 무슨 특별한 인물로서가 아니라 그저 남들과 어울린 한 사람으로, 어쩌면 가장 하찮거나 가장 중요치 않은 사람으로 그러면서도 자연스레 거기에 속해 공동체에 참여하는 존재로 수용되고 싶은 것이었다.
- 444
"당신이 당신의 다리를 움직일 뜻이 있는 경우에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당신은 무슨 바퀴를 써서 다리를 움직이게 하나요?
- 449
지금껏 소년은 늘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존재가 되려는 뜻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뜻은 갖고 있지 않았거든.
- 461
어머니 뱃속의 아기처럼 잔뜩 꾸부리고 소년은 환상계의 맨 밑바닥 어두운 심연에 웅크린 채 참을성있게 잊어버린 하나의 꿈을 파헤치고 있었다. 소년을 생면의 물로 안내해 줄 하나의 영상을.
땅 속의 영원한 밤 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소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연이나 어떤 자비로운 운명이 언제이고 올바른 발견을 하도록 이끌어 주기를 희망할 뿐이었다. 저녁마다 소년은 저 아래 민로우트 갱 속에서 채취해 낸 것을 꺼져가는 햇볕으로 날라왔고, 저녁마다 그의 작업은 헛수고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바스티안은 불평도 화도 내지 않았다. 소년은 스스로에 대한 일체의 동정을 잃어버리고 이제는 조용하게 참을성 있는 성품이 되었다. 비록 소년의 힘이 지칠 줄 모르는 것이긴 했지만, 이제는 곧잘 지치곤 했다.
- 483
남자의 자세와 걱정스럽고 조용한 얼굴 표정은 바스티안의 심장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소년의 가슴을 가장 세게 친 것은, 그 남자가 유리처럼 투명한 얼음덩이 속에 냉동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꿰뚫을 수 없으며서도 완전히 투명한 얼음장에 휩싸여 있는 것이었다.
- 484
우리는 생명의 물!
스스로에게서 솟아나는 샘이지.
너희들이 우리를 많이 마실수록
우리는 더욱 풍요하게 샘솟는단다.
- 493
그렇게 소년은 완전히 알몸으로 커다란 황금테 앞에 서 있었다. 황금테의 한가운데에서는 생명의 분수가 한 그루 수정나무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소년은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을 체험했다. 소년은 환상계의 선물을 이미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소년 자신과 자신의 세계에 대한 기억을 되찾지 못했으므로, 과연 자기가 어떤 세계에 속했는지, 또 자기 자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소년은 수정처럼 투명한 물 속으로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며 번쩍이는 분수줄기를 받아마셨다. 소년은 갈증이 멎을 때까지 계속해서 마셨다. 그러자 기쁨이, 소년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쁨이 꽉 차 올랐다. 살아있다는 기쁨, 있는 그대로의 자기라는 기쁨이. 이제 소년은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다시 알게 되었다. 소년은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가 되는 것이었다. 온갖 가능성을 다 늘어놓고 자기를 골라내라 하더라도 다른 누구로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이제 소년은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기쁨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모두가 단 하나의 기쁨, 곧 사랑할 수 있다는 기쁨임을. 모든 것은 그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임을.
-496
+ 여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개미만큼 작아진다.
내가 나를 아무리 사랑한들 상대방에 비하면 한 없이 부족해보이고 초라해서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는 것이다.
뚜렷한 신호를 보내와도, 상처받을까봐 내심,
들떴던 마음을 달래서는 나는 그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데, 그저 인사치례를 했을 뿐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마는거지
그리고는 제 풀에 지쳐 떠나가버리고 난 후, 그 빈자리를 쳐다보며
아, 내가 몰랐었구나 내가 눈치가 없었구나
라며 입맛만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