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1
쭉 뻗은 팔이 아파 담벼락에 기댄 나뭇가지
아이코 잘못 골랐다.
꼬맹이들이 연신 잡아당기고 사람들 손에 꺾여도
이듬해엔 어김없이 담벼락에
더 많은 앵두를 품고 우릴 기다려줬다.
앵두나무2
앵두나무가 있었다.
큰아버지댁 담벼락엔 커다란 앵두나무가 있었다.
하이얀 앵두꽃이 필 무렵부터 오며가며 앵두를 기다렸다.
때가 되어 새파란 열매가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그 앵두가 그리워 서성였다.
마침내 새파랗던 앵두가 발그레 볼을 붉히면
아빠, 엄마, 큰아버지, 큰어머니, 상란이, 상웅이오빠, 소리, 상윤이
다들 앵두나무 아래 모여
어른들은 손이 닿는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고 흔들흔들
용감한 오빠들은 담벼락에 올라 나뭇가지를 잡고 흔들흔들
키가 작은 우리들은
고새를 못참고 벌써 땅바닥에 내려와 데굴데굴 앵두를
하나, 둘씩 집어
입으로 쏘옥쏘옥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앵두나무 곁에서 한나절 다 보내고
빨간 앵두를 바가지에 가득 모아 보물처럼 품고 집으로 돌아오며 도란도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줌 쥐어 아쉬울 것 없이 입에 툭 털어넣고
그 상큼한 즙으로 입 안을 가득 채우고는 후두둑 씨앗을 뱉어내던,
그런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