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영혼이 따수웠던 날들

외할머니댁

by 살랑상아님 2012. 3. 25.
할머니들은 왜 비슷한 냄새가 날까, 몸이 나이가 들어가는 냄새. 
향기라고 표현하기도 뭐한, 오래된 사람의 냄새, 마치 가구나,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처럼, 그런 냄새. 버스에서 어떤 할머니의 냄새를 맡고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러고는 또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저렇게 하루를 보내다가, 여느 때처럼 할머니 사진을 들여다보고 말을 걸고, 또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보내다가 스티커사진첩에 끼워놓았던 어릴적의 나와 비교적 젊은 할머니, 그리고 이제 곧 없어질 할머니의 집. 
눈에서 막 땀이 난다.  

할머니가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할머니의 집 
서울만 오면 온 날부터 계속 "가야여.. 가야여.. 집에 가야여.. " 병원에서도 계속 "가야여.. 집에 갈 수나 있나.. 가야여.." 하셨는데 . 

 "집에 오니까 좋으유" 

그렇게 말하며 울고있는 내게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연극이고, 나는 아주아주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것만 같았다.

내가 느끼는 그 감정이 그 아픔이 그 모든 상황이 다 거짓처럼 느껴져서

나는 울고있었는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보낸다는 것,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왜 매번 같은 잘못을 하는 걸까


며칠전엔 잠자리에 들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부모님과 떨어져 이 먼 타지에서 생이별을 한 채로 살고 있나
아빠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
아빠하고 같이 엄마하고 같이 오손도손 지지고볶고 같이 살고 싶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사람의 길지 않은 한 평생 중 고통으로 말미암아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주시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시는 분들인데
그 길지 않은 한 평생조차 함께 할 수 없다니

=_ =
그런데 또 집에 내려가면 언제 이런 생각을 했냐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