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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폭발이 일어나면, 여기에서 더 살 수 없을 테니까 우리 가족은 오사카에 모여 함께 살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건 너무 이기적이야, 우리들은 어떡해?"
"…도망쳐!"
"아빠는 네가 개인적인 일보다는 음악이라던가 세계를 꿈꿨으면 좋겠어."
- 세계가 뭔데.
"진짜로 이해가 안 돼."
귀여운 꼬맹이 둘의 시선으로 별거 중인 가족을 그린 영화
보편적인 첫째와 둘째의 모습이랄까,
상당히 예민한 주제이다.
부모의 사이가 좋지 않은 집안, 별거나 이혼에 대한 이야기는 당사자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렇게 쉽게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냥 즐겁게 뛰어 놀고 자신의 꿈을 꿔야할 나이에 가정의 불화를 떠안고 있어야 한다니,
왠지 첫째가 되면 그 모든 사건이 자신에게도 직접적인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내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막내나 둘째는 약간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달까
특히 둘 중 누군가가 더 많이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둘째도 또 나름 생각도 깊다,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 내 덕에 양육수당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라니 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정말 귀엽다
달퐁이와 둘이 아 저래서 막내가 사랑받나봐,
하지만 둘째도 말이야, 생각이 있다고 아빠를 많이 닮은 자기를 엄마가 싫어할까봐 나름 배려하고 있었던 거라니,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이래서 가정의 불화는 곤란하다)
첫째는 왠지 부모가 처음부터 부모는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미숙함을 보고 자란 덕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자신이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둘째라면 그게 아니니까,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에 있어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태에서 그 천진함을 지켜줄 수 있는 걸까 싶었다.
그러니까, 부모가 철이 없다면 역시 아이들은 애어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하지만 다들 멋지다
그런 첫째와 둘째와,
15년 만에 갑자기 직장을 그만 두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아버지와
뒤늦게 훌라춤을 배우며 삶을 즐기는 할머니와
묵묵히 모든 걸 지켜보며 넓은 마음으로 모두를 감싸 안아주는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딸과 손자를 생각하며 노쇠한 몸을 이끌고 가루칸 떡을 만든다. 그래도 결코 분홍색 떡을 만들 수는 없는 장인정신 - 예쁜 딸과 손자보다는 조상님을 택하심ㅋㅋㅋ
그리고 친구들
모두 저마다의 꿈이 있다.
처음으로 신칸센이 개통될 당시, 고속으로 운행하는 두 열차가 스쳐지나가는 순간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소원을 빌기 위해 떠나는 아이들
아 정말 순수하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혹은 그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나에게는 왠지 나이가 들 수록 그저 계획에만 그치기 일수였는데 ……
'사기 당할까봐 걱정이 될 정도인 마음씨 좋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목표지점에 도착한 아이들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
그들이 빈 소원은
그들이 그렇게 애타게 바랐던 그것이 아니었다.
세계를 택한 우리의 첫째
가면라이더를 포기하고 아버지의 일이 잘 되기를 빈 둘째
순진무구한 믿음으로 시작된 여행의 끝에는 현실을 받아들인, 조금 더 성장한 아이들이 있었다.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길 바랐던 꼬맹이조차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의 죽음을 인정하고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오로지 내 자신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서
주변을 돌아 볼 여유가 없었달까, 아니면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달까
세계를 보지 않았다.
내 내면 깊숙이 침잠하여 그 속에 갇혀 지낸 것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들었다.
어찌됐든 부모라면 말이야
완벽한 가정을 선사할 순 없더라도
아이들이 있다면 순수하게 자신의 책임인 그 생명들을 소중하게 보듬어 줘야 한다는 말이지
그리고 대화의 중요성,
엄마니까, 아빠니까, 자식이니까, 당연히!
라는 건 없어
가정이라는 건 태어나서 처음 만난 사회이고 그 사회에서 각자의 사람들은 의사소통이 없이는 어설프게 짐작만해서는 안 된다고, 그 깊은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까,
아 그 예쁜 소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안 보면 잊혀져."
사실 나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가족이 그러한데 친구관계는 또 어떻고
나는 그저 내 진정성만 있다면 변치 않을 관계는 없을 거라고 자만하고 있는데
정말 이러면 안 된다.
나는 어찌나 무심한지 ㅡ
'아무도 모른다'를 달퐁이에게 추천받은지 백년이 됐는데도 아직 안 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아무도 모른다' 이후 감독은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다며.
이렇게 밝고 따뜻한 웃음 속에 눈물과 여운을 남기다니
"미안해, 나는 세계를 택했어."
사실 영화를 보고 '자전거 탄 소년'을 볼 생각이었는데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 인상 깊었던 장면
과자를 다 먹고
"이거 너 먹어."
"아냐, 형 먹어."
"난 괜찮아, 너 먹어."
"응!"
"서로 먹겠다고 참 많이도 싸웠는데……."
"응.."
서로 키를 재보며 뒤통수를 맞대고 가만히 서서 생각하는 형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