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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은 이미 모두 타버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예전에 그것은 그대의 것이었다!
지금 그것은 이미 누구의 이름도 모르고
혼자 있기를 원하고 있다.
- 시 '너무 늦다", 22p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언제든 아낌없이 나눌 수 있도록 사랑을 가능한 한 자유롭게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의 대상을 언제나 과대평가합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많은 고통이 생겨납니다.
- 미공개 서간에서, 77p
사랑은 구걸해서는 안 됩니다.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이 자신의 마음속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지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랑은 상대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당기는 것이 됩니다.
- 데미안에서, 78p
평소에 지녀 온 열등감, 자기 회의, 공허감 등 암울하고 꺼림칙한 기분이 새삼스럽게 나를 덮쳐 왔다.
...
이 모든 것이 나와는 아득히 먼 것이어서 내 것이 될 수 없고 내 손에 닿지도 않으며, 손에 넣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침입자였다. 어느 천하고 초라한 세계에서 이곳에 와 정중하게 그리고 어쩌면 가련하다는 생각으로 일행 대접을 받고 있는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 아름다우면 아름다울 수록 내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118~9p
'...그러나 저에게는 당신이 말씀하시는 이상적인 애인이 갖지 못하는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당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이해하고 계시다는 거죠?'
'당신은 저처럼 동경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은 애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아무 목적 없이 오직 사랑을 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당신은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 픽토르의 변신, 165p
그녀는 나를 알지 못했다. 나 역시 그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아무런 불안을 느끼지 않았고 게다가 젊었다. 우리는 마치 두개의 별 혹은 두 개의 구름과 같은 친구로, 같은 길을 가고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만족스럽고 쾌적한 기분을 느꼈다. 내 마음은 순진한 열아홉 살의 마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게는 우리 두 사람이 목표도 없이 지치는 줄 모르고 계속 걸어가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우리는 둘 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나란히 걸었으며, 이 길은 결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시계는 때를 알렸지만, 시간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픽토르의 변신, 183p
그 순간 내 행복과 어린아이 같은 희망은 무너져 버렸다. 희마한 흔적도 광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 스스로 견뎌 낸 순수한 마음으로부터의 슬픔마저 남지 않고 그저 수치스러운 생각과 환멸이, 불쾌한 뒷맛과 혐오감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픽토르의 변신, 199p
하지만 그녀가 그의 앞에 섰을 때, 그녀의 모습은 와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잃어버렸던 모든 세계를 자기에게로 끌어당겼다는 사실을 전율하고 느끼고 보았다. 그녀는 그의 앞에 서서 그에게 자신을 내맡겼다. 하늘과 숲과 시내가, 모든 것이 새로운 색채로 신선하고 찬란하게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것이 되고 그의 언어로 말했다. 그저 단 한 사람의 여인을 얻는 대신 그는 마음속에 온 세계를 품었다. 하늘의 별 하나하나가 그의 안에서 빛나고 그의 영혼을 통해 기쁨의 빛을 뿜어냈다. 그는 사랑했고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을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 픽토르의 변신, 그 옛날 사랑하는 남자가, 데미안 중 '에바부인', 212p
소녀가 마법의 돌을 하얀 손에 쥐는 순간, 곧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소망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름다운 소녀는 정신을 잃고 무너지듯이 쓰러져 나무와 하나가 되어 나무줄기에서 강하고 싱싱한 큰 가지로 태어나 재빨리 그가 있는 쪽으로 뻗어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일이 잘되었습니다. 세계는 어울리는 곳에서 평온해졌습니다. 이로서 힘겹게 낙원이 발견된 것입니다. 픽토르는 더 이상 나이 많고 괴로움에 잠긴 노목이 아니었습니다. 이제야 그는 소리 높여 "픽토리아, 빅토리아"라고 노래했습니다.
- 픽토르의 변신, 233p
마리아는 여태껏 내가 만났던 연인 중에서 최초의 진짜 연인인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정신과 교양을 요구했지만, 가장 재기 있고 최고의 교양을 가진 여인조차 내 안에 있는 이성에 응답할 수 없었고, 끊임없이 그에게 모순되고 대립하고 있던 것을 완전히 알아차린 적이 없었다. 나는 나의 여러 가지 문제와 사고를 여인들에게 가져갔다. 그리고 책 한 권 읽은 적 없고 독서가 어떤 것인지 모르며 차이코프스키와 베토벤을 구별하지 못하는 여인을 한 시간 이상 사랑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 예술 속 사랑의 변화, 생활에 반하여 p268
따라서 세계에 있어, 그리고 내게 있어 불행이란 사랑하는 마음의 능력을 잃었기 때분에 생겨난다.
- 예술 속 사랑의 변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285p
상상력과 감정 이입 능력은 사랑의 두 가지 형태일 뿐입니다.
- 미공개 서간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나약한 사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도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심판하지 않는 것'입니다.
- '서간 선집'에서
- 305p
폴커 미헬스가 엮은 헤르만 헤세 선집,
에서 발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식한 일이긴 하지만
내가 공감한 부분을 누군가 공감하고
앞으로의 삶에서 유념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라기보다는 내가 공감해서가 이유겠지,
사실, 제목을 보고 사랑의 능력을 잃은 것만 같은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었는데
헤르만 헤세 선집이더라,
헤르만 헤세 데미안의 그 유명한 구절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삶고 살면서도 그의 작품은 함께 있던 크놀프까지가 내가 본 전부였다.
심지어 어니스트 허밍웨이와도 헷갈림, 나란 인간은-_ -
사랑은 이토록 구름 뒤에 숨어 있어 소유하지 않았을 때
더더욱 나를 타오르게 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것의 무한성을 얻은 것 마냥 착각하고 오만에 사로잡혀버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업신 여기게 된다.
혹은
나의 틀 안에서 나의 사고 안의 나만의 누군가를 만들어 내놓고는
실망하거나 지레 겁을 먹곤 한다.
그냥 순수하게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여러 현실을 앞세우고 나는 나의 사랑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하지만 역시 사랑이 아니고서야
존재의 의미를 찾기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