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영혼이 따수웠던 날들

[공연] 조영덕 트리오 (@EBS스페이스 공감)

by 살랑상아님 2013. 1. 18.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서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저희 음악이 여러분께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즐겨주세요~^^!” - 조영덕 트리오

출 연 : 조영덕(기타), 박지웅(베이스), 최요셉(드럼)


- PROGRAM - 


My Ideal

Run Round in Circles

Dewey Square

Lawns

Friendly

Breaking

Subsequence

Django's Tiger

앵콜곡 : Donna Lee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 다녀오고 몇 달이 흘렀다. 

자라섬에서 만난 언니가 조영덕트리오가 재즈열전에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지만, 분명 시간이 있었음에도 어쩐지 가지 못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지칠 수 있구나, 싶었던 때이다. 친구를 만나 맥주 한 모금에 얼굴이 빨개져서 그래도 내일은 괜찮겠지, 하며 나를 달래고 집에 돌아왔었다. 

그 이후로도 달라지지 않는 매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EBS스페이스 공감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가 조영덕트리오의 공연 소식을 접했다. 

반짝하는 생각에 "자라섬 페스티벌의 재즈콩쿨의 추억을 상기 시키고 싶다"는 내용으로 공연을 신청하였고, 월요일 티켓이 당첨이 되었다.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건 참 머쓱한 일이지만 이 세 젊은이를 다시 봐야할 때가 된 것만 같았다. 


정말 그동안 너무도 많은 걸 잊고, 잃어버릴 뻔 했었으니까 ㅡ 


My Ideal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고자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 앞에 있는 내 또래의 세 젊은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그 목표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투영해보고 '아, 나도 힘을 내야겠다.', 혹은 '내가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잃을 지언정 흔들림없이 가고 있는 것인가, 저들처럼?' 이라는 물음을 던져준다.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겁게 웃으며 공연하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내 일을 하면서 내가 즐겁고 행복했던 것들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지 않았나, 너무 쉽게 흔들리고 너무 간단히 내 능력을 평가절하하진 않았나. 

나는 다시 웃으면서 즐겁게 나의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건 집에 오면서고


Run Round in Circles

곡 제목 처럼 하는 일 없이 분주하게 맴도는 일이 많다는 영덕님, 그러고보니 요즘 내 모습이 딱 그렇다. 

아 정말 분주하게 뭔가를 하고는 있는데 말이지, 그래서인지 월요일부터 바로 오늘 그리고 아마 내일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드럼 박자에 맞춰서 자전거 타면 정말 좋겠다. 
페달을 막 밟다가 다리에 힘을 뺀 채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살피다가 다시 마구 페달을 밟다가 내리막 길을 "으아아아아아 ~" 씐나 ㅋㅋ 

아무 소득없는 그런 활동들이 결국은 자신을 만드는 과정으로써 더욱 견고하게 나를 다져준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다는 기쁨은 그럴 때 느끼는 것 같다. 
바삐 움직이는 다리와, 살랑이는 바람과, 심장의 고동소리와, 그로 말미암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곡이랄까 
너무 장황한가요 


Dewey Square

찰리파커의 1950년 대 곡, 조영덕트리오의 모던한 해석이 돋보인다고 말해봤자 나는 모던한 해석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달콤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원곡에 비해 훨씬 경쾌하고 즐겁다, 으아아 드럼소리는 뭔가 사람을 선동하는 그런 힘이 있다니까, 


Lawns

열심히 새벽까지 연습하고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으로, 꼭 이런 곡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때 쯤엔 나도 내가 원하는 걸 이루어 가고 있겠지? 킥 ㅡ 

초원, 넓은 공간을 떠올리며 연주해 보겠다고 했는데 말이야, 

나는 우주가 생각났다. 

은하계를 여는 드럼소리 반짝이는 별들을 흩뿌려주는 기타소리, 그리고 그 별들과 은하계를 이어 우주를 만드는 콘트라베이스 소리 

집에와서 Carla Bley 원곡을 찾아서 들어봤는데, 아 드럼소리 어쩌지 ㅋㅋㅋ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던 곡.


Friendly

Friendly와 Breaking은 멤버들이 곡이름을 지었다지 ㅋㅋ 그래서 마이크를 안 주는 거라며,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야 너 거기서뭐하냐 그러지 말고 나가 놀자~, 뭐, 하고 싶은게 없어? 오늘 니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나를 만나는 일이야." 이라면서 재즈열전하던 날, 날 불러내서 맛있는 음식만 삼차로 먹고 맥주는 200cc한 컵 먹은 채로 취해서 까불던 친구 생각이 났다. 

제목을 안 듣고 들었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잘 모르겠는 걸 'ㅡ' 

짧게 들어간 각각의 솔로연주가 즐거웠다. 아, 짧지 않았나ㅡ?


Breaking

정말 재밌는 곡, 으아 앞에 앉아 계신 분들이 반복되는 Breaking에 서로 마주보고 웃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재밌다고요 즐겁다고요, 멈출듯 멈출듯 다시 스퍼트 ㅡ 

그치 지치지 말고 스퍼트 ~ 조금만 가면 돼 조금 쉬어가도 돼, 그래야 다시 달릴 힘을 얻지 ㅋㅋ 


Subsequence

달달해 달달해 강아지풀로 마음 속을 간지럽히는 느낌, 살랑살랑 봄바람에 따듯한 햇살 맞으면서 산책하고 싶다.

집으로 가는 길에 다들 너무 좋았다며 "끼아양" 했던 곡 ㅋㅋ 


Django's Tiger

사실 다른 곡들도 자라섬에서 연주했었다고 하지만, 나의 가난한 기억력과 순간 이성을 잃어 즐겁게 즐기다가 정신을 차리고 불법동영상 촬영한 곡이 이 곡 하나, 분명 나를 일으켜 세워 앞으로 튀어나가게 한 곡은 따로 있는데, 뭐였을까 

고스톱을 좀 쳐볼까, 이러다 치매 걸리겠어 ㅋㅋ 


앵콜곡 : Donna Lee

도나리 도나리, 솔로 솔로 



공연끝나고 바쁘신 와중에도 같이 사진도 찍어주시고 'ㅡ' 다정다정




아쉬워서 Jass에 갔는데 도나리도나리, 재즈는 이래서 참 멋져. 




언니가 내게 '조영덕트리오는 힐링이니까.'라고 말 할땐 '그렇구나.'하고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였는데 재즈열전을 그때 갔었더라면
좀더 일찍 예전처럼 웃을 수 있는 힘을 얻었었겠지, 어쩌면 말이다. 

그날, 자라섬의 북한강 변두리에 돗자리 깔고 나른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푸른 잔디밭에 누워 잔잔하게 반짝이는 냇물에 정신이 아득해져서는 뒹굴거리던 우리를 깨워 폴짝폴짝 산책을 나가는게 어떻겠냐고 말을 걸어오던 그 음악이, 그리고 그들에게는 시발점이 된 바로 그 순간이 다시 내게로 와서, 이제 그만 힘을 내서 즐겁게 웃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앞으로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해야하지 않겠냐고, 토닥토닥 

월요일 공연이 당첨돼서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힘을 두배로 얻고 싶어서 욕심쟁이처럼 부탁했다. 
다정하게도 티켓도 주시고, 양도도 받아서 언니 아는 분들도 나도 무사히 조영덕트리오의 기운을 한껏 얻어왔다. 

그러니까 내가 더 늦기 전에 잊어버리기 전에 이 새벽에 이렇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구구절절, 
비록 음악에 대해선 아는게 없을지라도 그래서 더 순수하고 감상적인 공연 후기를 타닥타닥 타이핑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