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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수웠던 날들

뿌리 깊은 나무

by 살랑상아님 2013. 1. 12.




송두리째 뽑혀서 우주를 유랑하고 싶지만 

척막한 땅이라도 남아있으니 ㅡ


그마저 사라진다면 이 짧고 여린 뿌리로 어떻게 바로 서있을 수 있을까 



나풀리거리던 잎파리 모두 떨구고 앙상하게 남은 가지로 기를 쓰고 해를 바라보지만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한치 앞도 보이지가 않네 



태양은 바로 저기 떠 있는데 


희미하게 느껴지는 미적지근한 빛줄기를 좇으며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면 찬란한 태양빛이 나를 비출 것이라고


더 굵고 튼튼한 줄기와 깊이깊이 굳게 내린 뿌리를 

싱그러운 초록잎들 사이에 숨기고 마냥 웃으며 


내가 이렇게 컸노라고 말할 수 있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