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왠지 무섭다고들 합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이 삶을, 이 몸을,
죽었다고 해서 그야말로 오장육부를 드러내는 일이 달가울리가 없습니다.
(두 번 죽는다고들 하는 표현이 바로 이런 경우에 쓰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사후세계가 있다거나 무덤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영혼이 떠돌거라는 생각을
미신을 믿던 믿지 않던 무의식 중에 하고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죽으면 아프지 않을 걸요? - 죽어서 분해되어 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거 같네용 )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장기기증 신청을 했습니다.
중2병에 걸려서 삶이 무색하게 느껴지고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을 때,
그리고 몇몇 사건들로 인해 죽음이라는 것이 언제나 늘- 곁을 맴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삶은 무한하지 않다는 걸, 그리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이렇게 왔다가는 세상
지금은 못하겠고, 죽은 후에라도 착한 일 하나는 해야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육신은 죽어서 흙이 되는데
무덤이며 비석이며 죽어서까지 너무도 많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어렸을 적에 무덤을 보고 상상해 본 적 없으신가요?
온 세상이 무덤으로 뒤덮여 버리는 상상, 사람은 정말 많고 사람을 묻을 땅은 너무 적습니다.
물론 무덤보다는 사람이 살기위한 주거공간과 건물, 도로와 터널들이 지구환경을 더욱 해치고 있지만 말이죠.
딱, 여기까지 생각했을 땐, 화장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고
어차피 화장할 거라면 촛불처럼 내 몸을 희생해 세상을 밝혀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왠지 그럴싸하지 않나요?(사실은 지금 당장 뭘 나눌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몰라요)
사실 미성년자는 부모님 동의가 필요해서 그 당시 부모님께 이런 두서없는 이야기를 드렸었는데
흔쾌히 그러라고 해주셔서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현재는 부모님께서도 곧 다가올 날에 대해서 아무것도 필요없이 화장해 달라시곤 해요.
아주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인데도 자식으로서 울컥하는데, 배 아파 낳아 잘 키우고 있는 어린 자식이
내가 죽으면 장기기증할 거고 내 시신은 대학병원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허락해주세요.
라고 말하면 어떤 기분일지... 자식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ㅋㅋㅋ)
아래는 제 장기기증 등록증 사진이에요,
(생명나눔실천본부와 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이이긴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쩐지 각별하게 느껴지네요ㅋ)
생명나눔실천본부 : www.lisa.or.kr
장기기증 스티커는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에 붙이면 좋겠지요?
(저는 운전면허증에는 붙이지 않았어요. 면허가 없거든요 -ㅅ -ㅋㅋ)
전 무교이지만 부모님과 법정스님의 영향으로 불교색이 더 친근하고 좋네요, 연꽃은 고우니까 :)
장기기증등록증입니다.
가지고 있던 것을 분실해서 재발급 받은 것입니다!
중2 때 받은 것은 직접 증명사진을 넣고 스스로 다리미로 코딩을 하도록 만들어진 카드였는데 저는 게을러서 그냥 가지고 다닌 ㅋ_ㅋ
장기기증 신청 절차
1. 성인의 경우
- 공인인증서가 있을 경우 온라인 신청 가능 (기본 인적사항을 입력해주시고 공인인증서로 인증하면 완료!)
- 장기기증신청서를 작성하여 FAX나 우편으로 송부
- 동네 주민센터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운전면허증 발급 받을 때 신청해서 스티커 붙인 거 본 적도 있어요!)
2. 미성년자의 경우
- 장기기증신청서 작성시 보호자 동의 필요
- 장기기증신청서와 보호자 동의서(사인 필)를 FAX나 우편으로 송부
장기기증 신청 사이트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www.donor.or.kr/ 모바일페이지 : m.donor.or.kr/
장기기증+인체조직기증(한다고 하면서 자꾸 까먹네요, 얼른해야지!)이면
누군가의 삶에 빛을 줄 수도 있고
이미 다한 제 삶의 껍데기로 누군가의 삶을 이어줄 수도 있다니!
죽어서라도 좋은 일 한 번쯤은 해볼만 하지 않나요?
영혼이 있다면 누군가 저의 일부분으로 말미암아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고 천상병 시인처럼 참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말할 수 있을 테지요.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주섬주섬 몸땡이라도 나누겠다며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