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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저 아인 닮아도 너무 많이 닮았잖아."
반전의 반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었다
아내의 피부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만 있었더라도
"설마 아버지가 동행했는데 강간당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아편은 모든 것을 잊게 해줘요."
"당신 날 지켜보고 있잖아."
거대한 저택과 거대한 권력과 거대한 지식을 갖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의 복수극
그리고 그 복수에 복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빌어 원수를 재탄생시켰다,
짐승처럼 갇혀 지내던 그 원수는 그 원한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참아낸다.
같은 뱃 속에서 나온 두 형제의 각기 다른 삶과 비슷한 광기
그리고 어느 날 찾아온 타이거에게 그는 강간당한다,
호랑이 코스튬을 한 타이거의 모습은 인간 자체가 짐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자신의 딸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겪게 해주고 싶었겠지.
문득 생각해보니 오로지 그것 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삶을 그 원수에게 맏기는 것이다.
6년이라는 시간동안 갇혀서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빈센트 역시 복수를 꿈꾸고 오랜시간을 기다렸겠지,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정말 닮았다는 이유로 그 모든 걸 잊고 사랑하게 됐을까?
어쩌면, 똑같이 강간을 당하게 만들어 놓고 그 장면을 목격한 순간 자신의 딸을 투영시켜 그를 부퉁켜 안은 아버지는 그 순간 그를 용서했을지 모른다. 매일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를 떠올리며 지켜봤으니까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닮은 그 존재에게 복수의 기회를 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복수의 기회를 준 것이지 싶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닮게 만든 이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복수를 끝내고
남은게 무엇이었을까,
그가 미친듯이 매달렸던 연구는 그 여자가 완벽한 피부를 갖게 된 이후,
일부러 학회에 누설하여 중단 당한다.
명예도, 돈도,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복수 후에 그는 도박을 건다.
그녀를 완전히 믿거나, 그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그녀에게 자신의 아내를 투영시켜 그는 새로운 삶을 꿈 꿀 수는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생은
자신의 아내를 닮은 그 누군가에 의해 끝이 나도 좋을 것이다.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끝까지 장담하는 의사는 처연하기까지하다
빈센트를 가둬놓고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자신에 대한 분노를 외면하고 철저히 복수하기 위해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하지만 그 복수의 끝에는 자신에 대한 복수의 복수만이 남아있을 뿐
그 어떤 것도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
타이거와 의사가 형제라며 이건 무슨 출생의 비밀인가,
어떤 식으로 삶이 연결되어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막장드라마로 치닫던 영화가 막장의 끝판을 뛰어넘어 예술이 된 것은
인간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삶의 이유,
바로 그 '사랑'하는 대상의 존재, 그 존재가 없이는 그 무엇도 아닐 삶에 대해 그리고 있으니까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아내와 꼭 닮은 그녀로 만들었을까?
그는 살고 싶었고 죽고 싶었고
딸을 죽음으로 내몬 그 원수에게 자신의 삶과 자신의 책임과 죄책감과 증오를, 그리고 사랑을
모두 맡겨 버렸다.
그는 삶의 이유를 모두 잃었던 것 같다.
++
그런데 딸의 죽음에 대한 할머니와 아들의 증언이 달랐다.
그런데 왜 할머니의 말은 간과한 채로 아들의 증언이 진실이라고 생각했을까, 뭘까?
아무래도 내용 상 딸이 죽은 이후 등장한 할머니의 증언은 납치사실을 숨기기 위해 날조된 것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일까나,
까맣게 잊고 있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