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보리가 사라졌다.
부재중 전화 한 통.
아침에 나오면서 내 옷에 오줌을 싸놓은 터라 여느 때처럼
"너랑은 절교야!!" 라고 소리치고 나왔는데,
그날 보리가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이모가 다른 집으로 보낸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개를 키웠고, 태생이 시골 출신이어서 그런지 동물들을 대하는데 아무런 꺼리낌이 없었다.
보송보송한 그들의 털과,
따뜻한 그들의 체온에 위로를 받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보리가 사라진 그 시점.
일주일 동안 눈물을 훔쳐낸 그때부터
강아지 알러지가 생겼다.
어떤 강아지를 만져도
얼굴엔 알러지가 났고, 눈에선 눈물이 계속해서 나는 바람에
강아지는 더이상 아무 지장없이 대할 수 있는 그런 생명체가 아니게 됐다.
문득,
그를 만나고 난 이후,
내 마음에 알러지가 생겨서
누군가를 마음 속으로 그린다 한들,
현실의 뚜렷한 감정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러니까,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가 아닌 실체를 가진 오아시스의 물을 손에 뜸뿍 담아올려 입에 대려는 순간
그 물이 미끄덩거리는 이끼가 섞인 물으로 변해버려,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하고 그대로 떨궈버릴 수 밖에 없어지게 된 것이다.
마음의 알러지,
야들야들했던, 넓고 공허해 무언가로 채워넣기를 갈망하던, 마음 속에
그 무언가를 채워넣을라치면
마음의 표면에 돌기가 돋아나고 점점 그 돌기가 자라나서는
그 어떤 것도 끼어들 틈이 없이 가득가득 채워져 숨이 막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공허만은 그 돌기가 채운 공간에 연연치 않고 남아있어
공허를 느끼면서도 무언가를 들일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알러지로 부운 눈과, 그 눈에서 흐른 눈물을 연신 훔쳐 얼굴이 벌게지고 오돌도돌 알러지가 돋아
이루말할 수 없이 흉물스러워져도
그 손길과 진심에 강아지는 내 곁에 붙어있어주지만
마음에 돋아난 돌기가 숨통을 조여오면
그 어떤 것도 견뎌낼 수가 없는 것이다.
나부터가 견뎌낼 수가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