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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수웠던 날들

'울지마, 괜찮아'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by 살랑상아님 2018. 4. 21.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4학년 때인가.
같은 반 남자아이가 속상한 일이 있어 처음으로 크게 울고 있었다. 
다들 '울지마, 괜찮아.'

어릴 때부터 유난히 울보였던 나는 그때 생각했다. 울고있는데 울지말라니, 괜찮다니
대체 눈물이 나서 우는데 울지말아야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고 
본인이 아닌 다른 입장에서 괜찮다는 건,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걸까,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말했다. 


"00야, 울어. 마음껏 울어. 내가 안아줄게."


그런데 점점 커 가면서 왜 울면 안 되는지, 뭐가 괜찮다는 건지 알게 되었다.

내가 울면 다른 사람들이 마음이 좋지 않아 진다. 
제3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그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니라 제3자의 시각에서 나를 다독였다. 
울지마, 루피처럼 언제든지 웃는 강한자가 되자, 씩씩하게 
괜찮아.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 정도 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자 사람들은 나를 씩씩하고 활기차고 긍정적이라며 좋아했다.


이번에 아프면서 깨달았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고, 충분히 울지 못했다. 
나는 모든 일들에 하나하나 마음이 아팠고, 점차로 몸도 아파졌는데


그저 다들 겪는 일, 그저 그럴수도 있는 일, 이정도는 다들 아픈데 유난 떨지 말자며, 예민하게 굴지말자며 

괜찮을 척을 하다가, 결국엔 이렇게 됐다. 
그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말이지


돌아보면 그건 모두 나에겐 처음 겪는 일이거나, 다시 또 겪어도 아픈 일이었다. 


그때, 병원 주치의 선생님께서 말씀 해 주셨다. 
우는건 좋은 일이라고, 울고싶을 땐 마음껏 울으라고 
울지 못하는게 더 큰 문제라고 
생전 처음 아픈 곳에 대해 하나하나 빠짐없이 아프다고 말하면서, 아픈데가 너무 많아 죄송해요.. 라고 하는 내게 '아프다고 하는 곳이 병원이에요, 모두 다 말해주세요. 괜찮아요.' 라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매일 울고 있다. 
그리고 매일 아픈곳을 느끼고, 아프다고 말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실은 이렇게 약하고 눈물이 많은게 나인데, 오롯이 나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아. 


눈물이 그치면 통증도 줄게되고, 
충분히 울지못해 마음에 담아뒀던, 그 모든 기억들을 정리하고 소중히 잘 간직할 수 있는 진짜 '사람'이 될 수 있겠지.


울지말라고 할거면 그냥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세요.
괜찮아, 별일 아니야, 남들 다 겪는거야 라고 할거면 해결책을 주세요. 

정말 충분히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나서, 따뜻한 포옹으로 위로 받고 싶은 날. 

그런 사람을 만날 행운이 나에게도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