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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서핑 목욕탕에 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었다. 목욕바구니를 탕 근처에 내려놓고 탕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잠시 몽롱한 상태에 접어들었다가, 인기척에 옆을 힐끗 보니 고운 아주머니께서 탕 중간에서 올라오는 거품에 발을 마사지 하고 계셨다. 음흉한 웃음을 띄며 나도 다리를 쭉 뻗어 발가락을 최대한 벌리고 발가락 서핑을 시작. 발가락 서핑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물살을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물살에 밀려 몸이 옆으로 밀리면 마사지는 고사하고 옆으로 밀린 몸을 추스리느라 움직임이 커지게 된다.안 그래도 체력소모가 큰 수중전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은 피해야한다. 라면서 혼자 무슨 올림픽선수라도 되는양 혼자 (속으로) 으스대며 아주머니와 무언의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왜냐면 우린 사이좋.. 2012. 4. 25.
외할머니댁 할머니들은 왜 비슷한 냄새가 날까, 몸이 나이가 들어가는 냄새. 향기라고 표현하기도 뭐한, 오래된 사람의 냄새, 마치 가구나,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처럼, 그런 냄새. 버스에서 어떤 할머니의 냄새를 맡고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러고는 또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저렇게 하루를 보내다가, 여느 때처럼 할머니 사진을 들여다보고 말을 걸고, 또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보내다가 스티커사진첩에 끼워놓았던 어릴적의 나와 비교적 젊은 할머니, 그리고 이제 곧 없어질 할머니의 집. 눈에서 막 땀이 난다. 할머니가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할머니의 집 서울만 오면 온 날부터 계속 "가야여.. 가야여.. 집에 가야여.. " 병원에서도 계속 "가야여.. 집에 갈 수나 있나.. 가야여.." 하셨는데 . "집에 오니까 좋으유" 그렇.. 2012. 3. 25.
너라는 사람이 있었다. 너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 만약 너와 내가 우리가 되었다면 아름다웠을지 모르는 2012. 3. 24.
만나고 싶었던 사람 비슷한 사고 방식 비슷한 생각 비슷한 표현 생각이나 행동이 너무도 잘 맞아 떨어져 한 치의 다름도 용서할 수 없어지는 상태 자신과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바로 그 것이 두려워 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동족혐오 자신과 같다는 전제하에 생각하고 행동하며 보내는 그 눈빛이 두렵다. 그것은 또다른 기대. 아주 작은 엇갈림이 발생해도 체감온도가 급격히 하락해 버림 간혹 나라는 사람의 불완전함마저 나와 사고의 흐름이 비슷한 그 사람의 불완전함과 겹쳐 아주 환상적인 타이밍의 이별을 맞이하기도 함 무서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짐 아주 잠시의 스침으로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알아봄 그런 사람을 원하면서 나의 모든 걸 이해가 아닌 통감할 그 누군가를 찾으면서도 순간 겁쟁이로 변해버려 자신을 꾸미고.. 2012. 3. 24.